20년 넘게 함께했던 온쿄 SKF-201 스피커의 엣지가 삭아서 교체용 8인치 엣지를 주문하고 잘 닦아주려던 것이 그만 다른 엣지에도 살짝 구멍이 나버렸습니다. 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지름신이 와서 거의 비슷한 연식인 Wharfedale Pacific Evolution 30을 당근에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B&W나 와피데일은 평소에 좋아했던 스피커 중에 하나였고 와피데일 퍼시픽은 다이아몬드 상급기종이기 때문에 당근에 올라와있는 걸 보고 덜컥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B&W와 아주 흡사한 모양새에 kevlar 소재로 만들어져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매당시 와피데일 최상위 시리즈로 평점도 훌륭하고 신경 써서 만든 모델이었나 봅니다.
온쿄 스피커는 당근에서 무료 나눔으로 올렸더니 올리자마자 업자분들의 톡이 쏟아졌지만 걸러내고 처음 톨보이를 써보고 싶어 하시는 분에게 구매한 엣지와 함께 기분 좋게 드렸습니다. (기대 안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파운드 케이크도 사 오셨더군요)
와피데일 에볼루션 30은 판매자분이 사용 안 하고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하셨고 가져와서 보니 긁혀있는 곳이 여기 저기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20년 정도의 세월치곤 양호했습니다.
부푼 기대로 연결하고 들어 보았는데 어딘지 모르게 맘에 안 들었습니다. 20년 동안 길들여진 온쿄 스피커에 뇌이징된 탓도 있겠지만 이래 저래 테스트를 해보니 한쪽 트위터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고 분해해서 여기저기 테스터기로 찍어보니 배선과 네트워크는 정상인데 트위터 유닛이 사망하신 상태였습니다.
와피데일 evo-30의 스펙은 SPL 89dB, 35Hz ~ 20KHz, 170mm 우퍼 2개와 25mm 트위터가 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형태로 6오옴 100W 급입니다.
처음에 매뉴얼을 보니 트위터가 0371이라고 되어있었는데 뜯어보니 0362H로 표기되어 있고 네트워크 회로도 매뉴얼에 있는 것과 달라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시그니처 EVO-30 매뉴얼을 본거 였습니다.
(75주년 기념 시그니처모델은 125W급이고 주파수응답도 28KHz까지, 우퍼, 트위터, 인클로우저도 다른제품입니다)
그래서 0362H 트위터를 폭풍 검색해보니 $80 정도로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게 있는데 물론 출시 당시 에보 30의 retail price은 $1,400 정도였지만 지금 이 가격에 트위터를 구매한다는 건 가심비로 봤을 때 에바인것 같습니다.
트위터 스펙만 찾아보니 실크돔 타입으로 보이스 코일만 같은 스펙으로 교체하면 될 것으로 판단해서 알리에서 $3에 판매하고 있는 1인치 8 오옴 15W의 보이스 코일을 구매하였습니다.
깔끔한 포장에 2주 채 걸리지 않고 도착했습니다. 요즘 알리 배송이 엄청 빨라졌습니다.
1인치 트위터는 많이 판매하고 있지만 구조상 와피데일 트위터를 교체할 수 없는 형태이고 보이스 코일만 교체 시에도 배선과 자석, 브라켓과 절연 문제가 쉽지 않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고생을 해야 더 애착이 가고 맘에 들 테니 수고는 감내해야겠지요.
스피커 분해하는데 구조를 몰라 좀 시간이 걸렸고 트위터 분해도 그렇고 아무튼 교체를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기대를 안고 연결해보니 아~~ 이제야 귀가 호강하는 느낌. 만족도가 완전 올라갑니다.
트위터를 기다리는 동안 에이징을 좀 하느라 많이 틀어놓았더니 뭔가 어색했던 느낌들도 다 사라지고 이것 저것 만져주니 센터와의 매칭도 잘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에이징이 효과에 대해 과학적 증명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오래 틀어놓으면 확실히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피커는 진동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스피커 물리적 소재들이 에이징을 통해 유연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각 잡힌 새 옷을 입었을 때 어색함이 조금 입고 나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처럼 말이죠. 뻑뻑한 움직임이 부드러워져야 떨림이 살아나고 섬세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에이징 하다보면 소리에 귀가 익숙해집니다. 모르는 사람을 한번 보고 알 수 없고 자꾸 만나봐야 친구가 되고 편안해지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와피데일을 처음 데려와서 어색했던 관계가 트위터 부품을 기다리는 동안 에이징을 하다보니 너무 만족스러운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서브우퍼 없이도 잘 울려주는 풍성한 저음과 볼륨을 올렸을 때 느껴지는 풍부한 다이내믹 레인지, 무엇보다 살려낸 트위터가 간지럽혀주는 맑은 고음이 이 친구와 앞으로 20년을 같이 가기로 마음먹게 합니다. 아마 살면서 마지막 톨보이가 될 듯하네요.
SPL과 관계없이 기존 스피커보다 음압이 낮게 느껴지고 센터와의 매칭도 부자연스럽고 해서 고민하느라 여기저기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020.04.20 - [Gadget] - Visaton bg20 - 풀레인지 스피커
2021.04.06 - [Stuff] - 스피커 스크래치 없애기 - 호두
'Gadg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인봇 맥스 G30 전동킥보드 - 앞바퀴 베어링 교체 (4) | 2021.08.18 |
---|---|
샤오미 XMTZC05HM - 체지방 체중계 (0) | 2021.03.04 |
JBL TUNE 225 - 오픈형 TWS 블루투스 이어폰 (0) | 2021.03.04 |
스마트워치 어메이즈핏 네오 - 심박수 측정 (0) | 2021.02.26 |
엘레컴 M-HT1URXBK - 트랙볼 마우스 세라믹 베어링 교체 (0) | 2021.01.29 |
댓글